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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얼마전에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歸化)성(姓)씨 를 읽었다. 우리 역사에 뿌리 내린 이방인들의 존재를 성씨에 주목해서 살펴본 것이라면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은 앞의 책과 취지는 같지만 성(姓)이 아닌 개인과 그 개인의 배경을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이책에서 거론하고 있는이방인은 처용,쌍기,인후,이지란, 박연 다섯인데, 시대적으로는 신라, 고려, 조선까지. 이중 처용은서역인으로 추측되고쌍기는 중국 후주시대, 인후는 몽골인, 이지란은 여진인, 박연은 네델란드인이다. 이중 처용은 삼국유사 에 소개된 설화적 인물이라 역사적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네명과는 다른 차원의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지만 그럼에도 처용이 소개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당시 서라벌은 국제도시였지만 골품제에 편재된 서라벌 출신들 위주로 특권을 누렸고, 지방사회와 지방인들은 소외시키고있었다.그로 인해 안으로 곪아들어갔고, 처용은 바로 이런사치와 향락으로물들어있는 서라벌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쌍기는 고려의 개혁에 돛을 달아준 인물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대통령이 외국인을 임명해서 정부 개력을 맡긴 셈이라고 할까. 그런데 쌍기가 추진한 정책은 고려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만큼 강력했다.과거제와 노비안검법. 이 정책으로 왕권강화에 힘이 실렸으니, 쌍기는중국 제도를들여와 광종에게 날개를 달아준 최고의 파트너였던 것이다. 인후는 고려시대, 충렬왕과 부부의 연을 맺은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에 들어온 이른바 겁령구였다. 인후나 장순룡으로 대표되는 겁령구들은 원나라와의 외교나 전투에 개입했고, 고려왕은 이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인후는 토지와 노비를 빼앗는 등 부패하게 되면서 지탄을 받는 처지가 됐다.그런 점에서 여진족 귀화인 이지란은 인후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셈이었다.이지란은 이성계와 함께 왜구 토벌에 혁혁한 전공을 세우는가하면 여진족을 이끌고 고려에 귀화한 뒤 국경에서의 분쟁과 혼란을 줄였고, 조선이 건국하는데 지원세력이 됐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이지란은 개국공신으로 책봉됐던 것이다.마지막으로 거론된 박연, 네델란드 본명 벨테브레. 최초의 서양인 귀화자로 꼽히는 그는 제주에 표류해 자의로 조선에 정착하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병자호란에도 참전했고, 조선의 무기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그의 이력을 보면은 점차 조선인으로 동화돼갔으리란 믿음이 들었다.박연의등장은이후 하멜을 위시하며 조선에 많은 표류자들이 생길 것이라는 예고였고, 조선 또한 서구 열강의 시야안에 포착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이들 다섯명의 귀화인을 보면, 지역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다양한 외부인이 한반도에 들어왔다는것을 알 수 있다.이들의귀화는일개 개인의 삶이 일대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차원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이 어떤 방향이든 그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일 것이다.이들은 남긴 흔적들은 당시 사회에 흡수됐고,그영향력이 사라진 뒤에도 이땅에서 그 삶을 평가받고 우리 역사의 한부분이 되었다. 그 후손들은 이땅의 운명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이라는 제목처럼 더이상 이방인이 아닌 우리 라고 언급할 수 있게 됐다.책을 덮으면서 궁금한 것이생겼다.이들은과연 귀화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답하게 될까. 알고 싶어졌다.
한국사 관련 젊은 전문연구자 6명이 대중적인 역사 서술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기획에 착수하였으며 총 11권으로 출간되었다. 그 중 이 책은 두 번째 책이다. 고대 신라에서 근세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대표적인 이방인을 선별하여 한국사에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여 역사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살펴보았다. 단일 민족과 순혈주의의 신화에 가려진 우리 속의 이방인들, 그들이 우리 속으로 들어오게 된 배경과 과정, 갈등과 화합을 조망함으로써 우리 안의 민족, 혈연, 문화의 다양성과 우리 역사의 개방성에 관해 서술했다. 한국사를 이해하기 위해 각 시대의 상황과 이방인을 포함한 한국사를 살아갔던 인간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살핀 책.


들어가며
신라의 영원한 이방인 처용- 구문회
고려 전기 개혁의 동반자 후주인 쌍기- 추명엽
고려 후기 권력의 상징 몽골인 인후- 장지연
조선의 개국공신 여진인 이지란- 김경록
파도에 휩쓸려 온 네덜란드인 박연- 원재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