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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다. 문체도 굉장히 독특하고, 철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끌어가는 전개방식도 굉장히 신선했다. 정말 이 책에서는 철 을 만드는 마을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온통 철 에 집중하고, 철 을 숭배하고, 철 을 만드는 조선소 노동자를 존경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그러던 도중 세상은 온통 녹 덩어리로 변해가고, 사람들은 철 을 숭배하며 점점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소설속에서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나간다. 누구의 동생,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누구의 어머니 등 사람과 사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 사람들의 중심에는 조선소가 연결된다. 조선소 노동자인가 아닌가도 중요한 분류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런만큼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다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같이 흥하고, 같이 망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이 소설과 나는 크게 맞지는 않았다. 그로테스크 하다는 말을 문학관련 교양수업 시간에 종종 듣곤 했지만, 그 말이 딱 떠오르는 소설을 접해본것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눈쌀을 찌푸릴만큼 무거운 장면도 들어있곤 했다. 사실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문체가 신선하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확실하다. 세상에 영원 한 것은 없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철 도 녹이 슬었다. 사람들의 눈과 귀도 녹슬게 하고, 결국 철 은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은연중에 숭배하는 과학기술 역시 언젠가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에게 무한한 책임이 전가될지 모른다. 결국 인간다움 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조금은 괴기스러운 소설이였다.
철에 장악된, 지난 날의 녹슬어버린 자화상

‘철’로 상징된 산업사회 이면의 어두운 기억 한 페이지를 차근차근 적어 내려간, 불편하지만 눈을 뗄 수 없고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난날의 자화상이다. 거대한 철선의 완성을 위해 평생을 노동에 힘쓰는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 오로지 철선의 완성을 위해 도구처럼 쓰이다가 마모되고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지나가버린 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과 여전히 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번째 장편소설 백치들 을 통해 70년대에 돈을 벌기 위해 멀리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두번째 장편소설 철 로 나날이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야 했던, 철저하게 이용되다가 마모되어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그 시기의 아버지를 작품속으로 불러내었다. 그리고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결국 자기소외된 우리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족의 얼굴 없는 삶을 자본과 노동 그리고 계급의 문제로 짱짱하게 조여서 그려내고 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해설 철의 시대를 기억하라·소영현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