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는 꽤 오래 됐는데, 리뷰를 못 쓰고 있었다.
뭐랄까. 나에게는 너무 난해한 책이었다.
어렵다기보다는...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한 장 정도를 더 덧붙여서 그림으로든 문장으로든, 명료하게 메시지를 주면서 끝을 맺는다거나 여운을 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어? 이게 끝이야?"싶게 이야기가 끝이 났다.
전쟁과 어느 목수 이야기 라는제목에서 풍기는 메시지는 아주 명료한 편인데,
그에 비해 이야기의 종결이 아쉬웠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일단 그림의 스타일.
장인이 공들여 만든 마리오네트를 보는 것처럼 그림이 매우 섬세하고 우아하다.
목수가 등장하는 장면들의 그림은 어떻게 보면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손이나 몸의 움직임의 어느 한 순간을 잘 포착했다.
<피노키오>에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목수들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목수는 전쟁광 인 장군과 대비돼서 생명 과 평화 , 살리는 것 등을 상징한다.
마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인형인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듯이 말이다.
그에 비해 전쟁광인 장군은 쇠 의 이미지이다. 차갑고 무겁고 무자비하다.
그는 그야말로 전쟁이 미친 사람이다.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전쟁광이 솜씨 좋은 목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네 쪽을 이어붙여 하나의 긴- 그림을 만들었다.
세로로 길쭉하고 좁은 목수의 집과 대비되어
장군의 부와 권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장군의 차는 가로로 길다.
부채나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들어, 면의 활용을 넓힌 점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세계의 크기나 한 개인이 점하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등을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솜씨 좋은 목수는 전쟁광인 장군이 전쟁에서 몸의 일부를 잃을 때마다 장군에게 불려간다.
팔을 잃은 장군의 팔을 만들어주고, 다리를 잃은 장군의 다리를 만들어 준다.
새 팔이나 새 다리를 얻은 장군은 그때마다 다시 전쟁터로 나간다. 역시 전쟁광 답다.
위의 그림의 뒷장이다.
장군이 누워 있는 긴 침대는, 앞에서 본 장군의 긴-차만큼이나 장군의 위세와 힘, 권력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가 거느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솜씨 좋은 목수는 장군의 집에 불려갈 때마다 최선을 다해 장군이 잃어버린 팔과 다리를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 또 다시 목수는 장군에게 불려간다.
이번에 장군이 전쟁터에서 잃은 건 머리 이다. (사실 이 부분이 좀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잃었다면 이미 목숨을 잃은 거니깐.)
자, 이제 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머리를 잃은 장군을 본 목수의 선택은?
결말은... 비로소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쟁광 이 전쟁을 상징한다면, 목수 는 평화를 상징하는 셈이다.
조금 난해할 수도 있겠지만,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분쟁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 같은 때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 적당한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결말이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책을 함께 읽은 엄마나 아빠가 아이와 함께 상상으로 이야기를 좀더 만들어 덧붙여도 좋을 것 같다.
[덧붙임]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고래이야기 라는 출판사를 접했는데, 이 책을 통해 받은 출판사의 인상은 매우 좋다. 공들여 잘 만든 그림책이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출간되는 도서 목록들을 좀 챙겨봐야겠다.
전쟁광과 솜씨 좋은 목수 피르민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옛날 옛적에 솜씨가 아주 좋은 피르민이라는 목수가 살았습니다.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그가 만든 바퀴는 한번 쳐다보기만 해도 지구를 한 바퀴씩 돌 정도였습니다. 그가 만든 의자에 앉아 본 사람은 절대 다른 의자에 앉아 자신의 엉덩이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였고요.솜씨 좋은 목수 피르민과 함께 그 나라에는 절대로 전쟁을 멈추지 않는 전쟁광, 봄부스 남작도 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전쟁을 좋아하는지 의사도, 남작부인도, 총리도, 추기경도 남작을 말리지 못했습니다. 전쟁광 봄부스 남작이 전쟁터에서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고 돌아올 때마다 솜씨 좋은 목수 피르민은 남작을 위해 새 팔과 다리를 만들어 끼워 줍니다. 그런데 마지막 전투에서 남작은 머리를 잃고 돌아옵니다. 목수 피르민은 과연 남작의 머리를 새로 만들어 주었을까요? 남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평화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 걸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세상에는 지금도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득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폭력적인 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총과 칼로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크고 작은 전쟁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당장 나에게 큰 피해가 없기에 우리는 그러한 일들을 모른 척하고 살아갑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삶과 세상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떠오릅니다. 바로 모른 척하지 않고 전쟁이나 폭력의 반대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 모두가 이렇게 움직일 때에 평화는 우리 사이에 슬며시 자리 잡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쟁광과 어느 목수 이야기 는 평화를 만든 솜씨 좋은 목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평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평화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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